경력사원
5시간의 마라톤 회의가 끝나고 휴식시간이다. 박팀장과 성호과장은 담배를 피우지 않아 커피를 타서 자리에 앉았다. 박팀장은 휴식 시간도 잊은 채 노트북을 켜고 잠깐 뚝딱 거린다. 한 10분정도 지났을까? 프린터 실에서 몇 장의 인쇄물을 들고 오더니 송실장에게 전달한다. 송실장은 보고서를 훑어보더니 말한다.
“핵심을 정확히 정리 했네~”
“스토리 라인도 잘 맞고! 잘했어!”
“허걱.”
잠깐 쉬라고 했더니, 그사이에 보고서를 써 온 것이다. 박팀장은 언제나 보고를 본인이 직접 쓴다. 대부분의 팀장은 아래 팀원들에게 시키는데 웬만한 것은 직접 써서 팀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팀장이다.
아니, 어떻게 마라톤 회의를 하고 잠깐 동안에 회의 내용 전체를 요약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보고서를 저렇게 빨리 작성할 수 있는가.
“박팀장은 정말 천재인가?”
박팀장은 S전자에서 이직한 사람이다. S전자에서도 가장 대우가 좋고 핵심인 기획부서에서 일했다고 했다. S전자에 있을 때 여러 나라로 시장조사 겸 출장도 많이 다녀서 그런지 영어와 중국어는 기본적으로 하는 엘리트이다. 그런 핵심 인재가 왜 이직을 했단 말인가? 성호과장은 보고서 쓰는 노하우도 전수 받을 겸, 점심식사를 대접한다는 명복으로 이직 사유를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박팀장님 왜 그렇게 좋은 회사에서 이리로 이직하셨습니까?”
“연봉도 꽤 높으셨을 꺼 같은데요?”
“아.. 저요?”
“회사가 재미 없어서요.”
“히히, 그런 상투적인 이유 말구요.”
“핵심부서에 있으셨다는데 옮기신 진짜 이유를 알려주세요.”
“진짜 이유요?”
박팀장은 한참을 말성이다가 입을 열었다.
“죽을까봐요..”
“헉..죽을까봐라니요?”
“이러다가 죽겠다 싶어서.. 이직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죽을까봐 이직했다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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