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說) : 경력사원_4
이 대목에서 희진대리의 표정은 잠시 어두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성호과장과 거의 맞닿을 것처럼 얼굴을 드리밀고 듣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바빠서 사내연애는 못해봤다고 합니다.”
다시 환해지는 희진 대리의 모습에 괜히 이 부분을 얘기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집은 강남역 가까운 오피스텔에 혼자 사신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 오시면서, 최연소 부장 다시고 팀장까지 보장 받고 오셨데요.”
“대단하시죠??”
“역시 플렉스! 짝짝짝!”
맞은편 희진대리는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있다. 성호과장은 자신이 왜 이렇게 장황하게 나라를 구한 사람을 설명하듯 했는지.. 바보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희진대리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과장님? 박팀장님은 현재 여자친구가 없다는거죠? 그쵸??”
희진대리의 관심은 오직 그것 밖에 없는 듯이 질문을 했다.
“아니, 여태까지 뭘 들은 거에요??”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
“왜? 관심있으세요? 사내연애를 해보시게요??”
비꼬는 말투로 퉁명스럽게 질문을 해버렸다. 정말 쪼잔한 사람처럼 말이다.
“예! 이제 누구든 진지하게 사귀어 볼 생각이에요!”
희진대리는 정말 진지하게 대답해 버렸다. 장난으로 받았다면 그냥 새로온 경력사원에 대한 궁금점이라고 생각할텐데, 한참을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니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대답이다.
희진대리가 신입사원으로 왔을때 부터 5년간 바라만 보고, 고백 한 번 못하는 사람이 바로 성호과장이다. 희진대리다 대리 승진시험을 볼 때도 족보를 구해주고 PT 자료도 만들어 준 사람이 성호과장이라는 사실을 희진대리는 잊고 있는 듯 하다. 승진 면접이 있던 전날 마시지도 못하는 술자리를 찾아다니며 희진대리를 어필한 사람도 성호과장이었음을 영원히 모를 것이다. 어떻게 들어온지 얼마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저토록 관심과 애정을 갖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호과장은 짜증이 밀려왔다. 오늘 저녁식사도 퇴근을 같이 하자고 한 것도 모두 박팀장 한사람을 알아가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니 너무나 화가 나서 자리를 끝내고 싶었다.
“우리 그만 일어나죠?”
“예? 한참 재미있어졌는데? 할 수 없죠. 히히”
한참동안 말이 없던 성호과장은 자리를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서 먼저 일어났다. 희진대리는 여전히 입이 귀에 걸려있고 그렇게 행복한 모습은 본적이 없는 듯 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꿔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박팀장의 단점과 문제점을 파헤쳐야 한다. 희진대리가 박팀장의 실망스러운 면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안녕히 가세요.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는 더 많은 얘기 부탁해요. 박팀장님 얘기요.”
“예?? 알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하철역까지는 같이 가고 싶었는데 이쯤에서 더 이상 추한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는 마음도 있기에 인사를 했다. 다음에 또 만날 수 있다. 다음에는 꼭! 슬픈 소식을 가지고 만나야 한다. 성호과장은 결심과 동시에 실행으로 옮기고 있었다. 후다닥 달려 좋아하는 폴바셋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는 늘 먹던 룽고를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앉자마자 여기저기 선배들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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