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說) : 경력사원_7
어떠한 대답을 할 기회도 안주고 희진대리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성호과장은 뭔가 심하게 꼬여버린 것을 알았다. 한동안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성호과장은 인사팀으로 전화를 걸었고 친한 후배에게 커피숍으로 와 줄 수 있냐고 했다. 친한 후배는 바로 커피숍으로 찾아왔고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늘어 놓았다.
그런 일이 있던 다음날 조용히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모든 임원들이 한방에 박팀장을 앉혀놓고 범죄자처럼 질문을 쏳아 냈다고 한다. 박팀장은 한참을 눈물을 흘리고 난후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고 한다. 모두들 소설같은 얘기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경찰에 의뢰하기로 박팀장에게 양해를 구하였고, 관련 조사를 의뢰하였다고 한다. 그렇게해서 박팀장이 한말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을 밝혀졌다고 한다. 박팀장은 본인이 모두 감수하겠다고 조용히 덮고 싶다고 했다. 인사팀에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그 여자의 말을 믿었던 점, 월급을 공제하였던 점 많은 실수를 하였던 점을 인정하여 ‘감봉 3개월’로 합의를 하고 사건을 종료시켰다.
박팀장의 그 여자가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그여자의 어머니가 회사를 방문하여, 자신의 딸 때문에 박팀장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걸 지켜볼 수 없다고 호소해서 알게되었다. 박팀장은 엄밀히 말하자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만난적은 있지만 그리 오래 만난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여자이다. 사고로 뇌를 다쳐서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왜곡하여 기억하고 있다. 박팀장과는 오래전에 헤어졌지만, 헤어지기 전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어서 박팀장과 연인관계로 계속 기억하고 있다. 박팀장은 그런 여자를 연인처럼 대해주고 있었으며, 급기야 광적으로 박팀장을 집착하게 되었고 <박차장 연애 경력서>는 그 여자의 광적인 집착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이다. 박팀장이 회사를 옮길때마다 블라인드 게시판을 도배했고, 그래서 있지도 않은 사실들이 부풀려지고 만들어지고 박팀장을 시기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이기를 바래서 그런지 모른척하고 있었다.
진실은 급속하게 사내에 퍼지게되었고, 모든 오해는 점점 풀리고 있었고 ,박팀장의 이미지는 예전보다 더욱 좋아졌다.
어느날부터인가 희진대리는 성호과장을 멀리하고 있으며,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반가운 인사를 하기 보다는 가벼운 목례로 대신하고 있다. 박팀장의 소문을 퍼트리는데 일조한 사람이 성호과장이고 희진대리를 좋아해서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회사 사람들도 왕따 취급을 했다. 희진대리가 그나마 가벼운 목례라도 해주는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희진대리와 박팀장이 같이 있는 모습은 회사 식당에서도 커피숍에서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아마도 공식적으로 연애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성호과장은 멀리서 혼자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성호과장은 아무도 없는 회사에서 혼자 야근을 하고 있다. 이제는 아무도 퇴근을 같이하자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늘 그랬듯이 사람들이 다 퇴근하고 창밖이 어둑해질 때쯤 회사를 나온다. 회사 앞 커피숍을 지나가는데, 다정해 보이는 커플 한쌍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희진대리와 박팀장이다. 오래된 연인처럼 행복해 보인다.
오늘도 성호과장은 회사에서 좀 떨어진 편의점에서 작은 컵라면과 맥주 한캔으로 저녁을 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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